일은 적게, 급여는 많이. 소위 월급루팡은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반면 사장님 또는 경영진은 언제 어디서든 직원들이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월급값 해야지’하는 심리인 셈이다. 굳이 이런 악덕(?)사장이 아니어도 일을 찾아 하지 않으면 몸이 베베 꼬이는 워커 홀릭도 있다. 놀러가서도 중요한 일, 빨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당장 노트북을 펼치고 화상회의를 시작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소 오묘하게 받아들여질 차가 출시됐다. 일반적인 차는 아니고, 현대자동차의 45인승 버스(유니버스)를 개조한 ‘모바일 오피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를 개발하는데 일조한 연구원들의 속내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그런 차다.
 
한마디로 직장인은 별로 안좋아하고, 워커 홀릭이나 사장님은 좋아할 수 있는 차가 나온 셈이다.

◆ 겉모습은 버스, 실내는 멋진 회의실
 
외관은 영락없는 대형버스다. 기본이 된 모델은 12.5미터의 길이를 자랑하는 현대 유니버스. 현대차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고속버스 모델이다. 매끄러우면서도 길게 뻗은 외관에 속살이 더욱 궁금하다.
 
실내로 들어서니 멋진 사무공간이 펼쳐진다. 이번에 체험한 모델은 기본형의 8+1+1인승 모델로, 운전자와 문 바로 앞의 가이드석을 제외하면 한쪽에 4개씩 8개 좌석이 자리하고 있다. 앞쪽은 개별 좌석이, 뒤쪽은 회의실이 자리했다. 좌석과 회의실 사이에는 수납공간이 자리했다.
 
탑승 인원은 다소 의아하다. 이는 국내 법규와 연결된 것으로, 다인승 ‘대형차’와 승용 ‘소형차’의 구분이 탑승 인원을 통해 나뉘기 때문이다. 유니버스의 경우 당초 45인승 버스로 인증을 받았는데,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10인승 미만으로 만들 경우 소형차로 구분돼 인증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욱 다양한 구성을 위해 4+1인승 모델을 만들고 싶었지만 법규의 문제로 하지 못했다고 개발 담당자가 귀뜸한다.


개별좌석에는 개당 83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시트가 적용됐다.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시트를 본따 만든 것으로, 등받이와 발받침의 각도조절이 가능하다. 시트의 착좌감은 프리미엄 우등버스의 느낌과 같다. 시트와 등받이 사이에는 작은 망이 설치돼 작은 가방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좌석 등받이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이 장착됐다. 국내에서는 적합한 사양을 찾지 못해 중국 제품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웹서핑 또는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지만 프로세서가 빠르지 못해 다소 답답하다.
 
스크린 아래에는 접을 수 있는 선반에 작은 패트병을 보관할 수 있는 컵홀더와 Qi 규격의 무선충전패드가 자리했다. 다만 선반의 너비가 크지 않아 갤럭시 노트 시리즈 또는 아이폰 프로 맥스 시리즈는 보관이 어렵다.

◆ “아 아, 잘 들리나요?” 화상회의도 가능…화장실 필요할까?
 
수납공간과 회의실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수납공간의 배치에 따라 냉장고 또는 프린터도 설치가 가능하다. 내부 통신망을 사용하면 무선으로 연결해 출력도 가능하다.
 
각종 수납공간은 주행 중 흔들림에 열리거나 쏟아지지 않도록 팝업식 잠금장치가 적용됐다. 구석구석 자리한 수납공간은 어느 한 곳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회의실은 ‘ㄷ’자로 배치된 소파와 함께 접이식 테이블이 자리했다. 회의 중에는 테이블을 펼쳐 사용하고, 이후에는 접어서 넉넉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회의실 소파의 경우 안전벨트가 장착되지 않아 주행 중 착석 및 사용이 불가하다. 회의실 소파는 아래쪽에 수납함이 자리한 탓에 다소 딱딱한 편.
 
화상회의는 55인치 대형 스크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스크린 양 옆의 긴 사운드바와 로지텍 웹캠을 통해 깨끗한 화질과 선명한 음질을 제공한다. 여기에 빔 프로젝터도 설치할 수 있어 이원화상회의는 물론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진행 가능하다. 

이렇듯 다양한 장비를 싣고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이유는 차체 하단에 장착 가능한 대용량 보조 전원 장치 덕분이다. 이번에 체험한 모바일 오피스의 경우, 20kW 보조 전원 장치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시동을 걸지 않고도 최대 4시간동안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대용량 보조 전원 장치는 주행 중 또는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해 충전할 수 있다.
 
완벽한 이동형 사무실이 되기 위한 대부분의 조건을 갖췄지만, 화장실만큼은 설치되지 않았다. 미국 등에서 초장거리 이동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부 대형 버스에는 간혹 화장실이 설치된 경우가 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처음에는 화장실도 생각을 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이동형 사무실이지만 그래도 기본은 차(버스)기 때문에, 겨울에는 배관 동파의 문제가 있다. 여름에는 분뇨 냄새가 올라올 가능성도 있고, 어려움이 많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 집단도 쉽게 접근은 어려워…’관광버스’같은 대여상품 모색해야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의 가격은 ▲기본형 8+1+1인승 5억 8532만원 ▲이동&협업형 11+1+1인승 5억 3060만원 ▲다인원 승차형 12+1인승 5억 5685만원 ▲업무공간 확대형 12+1인승 5억 6430만원이다(개별소비세 3.5% 기준). 가장 기본적인 모바일 오피스를 구성하는 비용만 3억 8926만원에, 프리미엄 시트 830만원/1석, 협업 공간도 2104~4660만원이 추가된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무시동 에어컨과 대용량 보조 전원장치(2435만원)를 추가하는 등 소위 ‘풀옵션’으로 구성할 경우 6억이 훌쩍 넘게 된다.
 
물론 특장차(特裝車)의 특성상, 가격에는 상한선이 없다. 필요와 현실의 타협을 통한 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체에서도 모바일 오피스를 들이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기업일수록 사업의 분야가 다양하고, 활용성을 치밀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철저한 투자 대비 효용가치를 따지는 이들에게 구매결정이 어려운 셈.
 
반면 새로운 사업용 아이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컨테이너를 통해 임시로 사무실을 구축해야 하는 등의 환경에서 반길만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직접 모바일 오피스를 구매,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다양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이동형 회의실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셈.
 
이동형 사무실로 성큼 다가온 목적기반 모빌리티의 세상. 모바일 오피스의 다양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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